Beyond the Frame


재불작가 2인전


박인혁 Park Inhyuk

백승수 Baek Seungsoo


Date

2023. 11. 10 (금) ~ 12. 20 (수)





아서 단토라는 철학자는 현대 미술을 정의하려면 아름다운 것과 예술적인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판단하려면 시각에만 의존하면 되지만 작품의 예술성을 평가하려면 작품이 놓여있는 역사, 문화 지평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학자 나탈리 아이니히는 현대 미술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 작품을 둘러싼 뒷이야기들(anecdote)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현대 미술가의 작품 같은 경우에 작품을 둘러싼 사건들이 작품의 예술성을 이룬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대 미술은 더 이상 작품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머물기를 거부합니다. 현대 미술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케이리즈갤러리는 Beyond the frame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을 틀(Frame) 너머로 초대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박인혁, 백승수 두 재불 작가는 다양한 의미의 틀을 문제 삼으며, 문제에 대한 자신들만의 답을 조형 언어로 제시합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과 답을 제시하는 방식은 각 작가의 개성을 나타내고, 각자의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박인혁 작가는 풍경(Landscape)을 그립니다. 작가에게 풍경은 흔히 생각하기 쉬운 자연의 풍경이기도 하지만, 내적 풍경이기도 합니다. 작가에게 자연과 자신은 크게 구별되지 않습니다. 자연을 그려도 그 안에는 작가 내면이 담기며, 내밀한 풍경을 그려도 자연이 거기에 있습니다. 작가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정제되지 않은 힘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작품이 거기 그대로 있는 풍경이 아니라 관람객에게 직접 다가오는 것처럼 보인다면 작가가 자연의 역동적인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유순한 색감, 거친 붓 터치 속에서 관람객은 작가의 힘을 느낄 수 있으며 작가만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품은 작가가 생각하는 자연, 즉 단순히 거기 있는 멈춰진 그림 같은 풍경이 아니라 풍경 너머에 있는 어떤 힘으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백승수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료를 작품의 소재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폴리스티렌이나 주물을 뜰 때 몰드 제작을 위해 쓰고 남은 실리콘으로 작품을 합니다. 작가는 재료를 인두로 태우거나 캔버스에 바르고 떼는 등의 반복 행위로 가치가 사라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합니다. 작가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자기이면서 동시에 자기가 아닌 의식 상태를 경험합니다. 어린아이가 놀이에 열중하는 상태와 비슷한 상태이죠. 그렇게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블랙 시리즈로 나타나고, 때로는 블룸 시리즈로 나타납니다. 관람객이 틀 안의 색과 형태 너머 놀이에 빠진 아이가 되어버린 작가를 찾게 된다면 굉장한 경험일 것입니다.


하지만 틀 너머를 보기 위해 너무 서두르면 안됩니다. 처음부터 다 볼 순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주어진 틀을 흔들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보이는 것 너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보이는 것을 탐구하면서 점차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틀 너머를 힐끗 보기 위한 첫걸음이니까요.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추구는 계속해서 새롭게 시작하기, 즉 보이는 것을 끊임없이 새롭게 보려는 노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관람객 여러분께서 작품에서 보이는 것들을 넘어서서 각 작가의 고유한 세계로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